Celgen 3. 정열...축제의 배고픔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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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803 작성일 2021-08-28 14:05본문
정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축제 아닐까 싶다.
축제가 벌어지면 평소 점잖던 사람들도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고,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마련이다.
세상에서 가장 정열적인 축제는 아마 브라질 Rio Carnival일 것이다.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Rio de Janeiro에서 해마다 사순절을 앞두고 열리는 말 그대로 광란의 축제이다.
축제의 핵심인 삼바 퍼레이드는 가슴을 찌르는 타악기 연주와 온몸의 마디를 사방으로 꺾는 듯한 무희들의 춤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을 들뜨게 만든다.
16세기 포르투갈 이민자들의 기독교 전통과 브라질 원주민들의 춤문화, 여기에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의 음악까지 곁들여져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축제 carnival의 라틴어 어원은 carne levare라고 한다. 영어로 ‘고기를 없앤다 to remove meat’이란 뜻이다.
고기를 없애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실은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수의 수난을 되새기며 금식과 금욕을 하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배를 채운다는 것이다.
‘to remove meat’ 고기가 다 떨어질 때까지 먹어 치우자! 이 말이다.
Venezia가 자랑하는 가면축제 The Carnevale 역시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겉보기에는 각양각색의 가면을 쓰고 상상 속 세계로 들어가보는 축제 같지만
그 뿌리는 결국 사순절이 시작돼 굶기 전에 미리 배를 채우자는 데 있는 셈이다. 게걸스레 먹는게 부끄러워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기 시작한 걸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축제의 정열은 결국 뭔가를 채우고자 하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따져보면 우리가 삶을 살면서 갖는 정열도 넒은 의미에서 뭔가를 채우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열적인 사랑은 ‘저 사람과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 몸부림치는 것’ 아닌가. 꿈과 관련한 정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내 손안에 있지 않은, 하지만 꼭 갖고 싶은 무엇인가를 향한 갈구이다. 그것을 반드시 가져다 내 빈 공간에 채워 넣겠다는 의지이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꿈일 수도 있고, 역사에 남는 작품을 창조해내는 꿈일 수도 있고, 부자가 되는 꿈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사랑이든, 꿈이든 갈망하는 것들을 꾹꾹 눌러 가득 채우기 위해 하루 하루 나만의 축제를 연다.
축제의 또다른 특징은 다양성이다.
축제하면 우선 다양한 색깔이 필수다. 칙칙한 무채색의 축제를 본 기억이 없다. 축제에는 또 다양한 음악과, 볼거리와, 먹거리들이 널려 있다.
세상 곳곳에서 찾아온 구경꾼들도 다양하기는 마찬가지다. 축제의 다양성은 보는 이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호기심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된다.
부서 회식 자리마다 부장이 짜장면 먹겠다고 하면 “짜장면으로 통일”을 외치는 부서에서는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다.
나는 짜장면, 너는 짬뽕, 이렇게 원하는대로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으면 달라진다.
짜장면을 먹다가 옆 사람이 먹는 짬뽕에서 나는 매콤하고 구수한 국물 냄새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짬뽕을 먹던 사람은 옆 사람의 짜장면 소스가 자꾸 궁금해진다. 바로 여기서 짬짜면이라는 게 탄생하는 것이다.
브라질 Rio Carnival 역시 다양성의 산물이다.
앞서 얘기한 대로 포르투갈 이민자와 브라질 원주민과, 아프리카 노예들이 서로의 종교의식과, 춤사위와, 리듬과, 옷차림을 바라보며
어찌어찌 장단을 맞추다 보니 세상에 유례가 없는 축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축제의 배고픔과 삶의 배고픔은 다르지 않다.
지식이든 명예든, 또는 돈이든 배고픔을 느끼며 부족함을 채우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정열이 불타고,
정열이 불탄 자리에서 창의적인 결과가 탄생하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또는 좌절해 꿈을 키워가지 않으면 미래는 현실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축제의 다양성 역시 삶의 다양성과 다르지 않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 성큼 다가가서 손짓 발짓으로나마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단어 하나라도 새로 배울 수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외면하기보다 붙잡고 마주 앉아서 왜 의견이 다른지 대화하는 사람만이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짬짜면 뿐 아니라 노트북도, 스마트폰도, 전기차도 다 그런 원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배고픔과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정열은 축제답게 마음껏 발산해야 한다.
숨기거나 주저할 것 없이 폭죽 터뜨리듯 축제는 무엇보다 즐거워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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