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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gen 9. 나의 오리지널은 무엇인가

페이지 정보

조회수 580 작성일 2021-10-27 15:4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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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채용 면접장의 한 장면.


(면접관) “31번 김예쁜씨 들어오세요.”

(지원자)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수험번호 31번 김예쁜입니다.”

(면접관) “음... … 순서가 잘못된 것 같은데… 김예쁜씨 맞나요?”

(지원자) “네 31번 김예쁜입니다.”

(면접관) “... … 미안하지만 혹시 지원서 사진을 잘못 붙인 것 아닌가요?”

(지원자) “네? 아닌데요…”


기업 채용면접마다 이런 일이 흔히 벌어진다고 한다. 이른바 ‘뽀샵’ 탓이다. 서류면접에서 호감을 사려고 얼굴 사진에 하도 ‘뽀샵'을 하다보니 면접장에 나타난 실물과 사진이 너무  달라보이는 것이다. 이마는 시원하고, 눈은 뎅그랗고, 코는 오똑한가 하면, 턱선은 날렵하고, 피부는 백옥 같은 사진이 허다하다. 사진들만 봐서는 한국인의 얼굴형이 언제 이렇게 바뀌었나 싶은데 실제 면접 오는 사람들 얼굴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변한 것 같지 않다. 메타버스에서나 볼 수 있는 아바타가 지원서 사진으로 딱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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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제 사진 보정은 놀라운 수준에 올라섰다. 피부 잡티를 없애거나 턱을 깎고 허리 집어넣고 다리 늘리는 정도는 기술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근심깊은  표정을 웃는 표정으로 바꾸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헤어스타일을 통째로 덮어 씌울 수도 있다. 딥페이크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내 얼굴을 아예 늘씬한 모델의 몸에 붙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놀라울만큼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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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뿐 만이 아니다. 우리 안에 갇혀서 온 몸을 철조망이 잔뜩 가리고 있는 여우 사진을 깊은 산 속에서 촬영한 것처럼 감쪽같이 바꿀 수도 있다. 파티에 가서 실컷 놀고 온 뒤에 사무실에서 밤을 지샌 것처럼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사진전이 열릴 때마다 포토샵으로 조작한 사진 찾아내는 게 심사위원들 일이 됐지만 흔히 조작하는 쪽이 승자가 되곤 한다. 인감도장을 복제하는 것 역시 손쉬운 일이 돼버려서 눈으로 봐서는 가짜 문서와 진짜 문서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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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똑같은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동영상에서 컴퓨터가 만든 사람이 인격을 부여받는 세상이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광고모델 ‘로지’가 그렇다. 버추얼 모델이라고 불리는 로지는 데뷔하기 무섭게 몸값이 치솟아 귀하신 몸이 됐다. 톱 클래스 연예인들의 전유물이던 패션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가짜가 대우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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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짜는 아무리 잘나가 봤자 가짜다. 돈방석에 올라 앉았다 한들 오리지널의 권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스마트폰의 예를 들어보자. 2007년에 애플이 아이폰을 내놨다. 그 날 부로 세상은 아이폰이 없던 시절과 아이폰이 있는 시절로 나뉘었다.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누는 것처럼 BI (before iPhone)과 AI (after iPhone)으로 역사가 나뉜다고도 한다. 지금은 누구나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인류에게 처음 선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대 핸드폰 생산자였던 삼성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니콜 브랜드로 태평성대를 누릴 줄 알았다가 졸지에 태풍을 맞은 셈이었다. 부랴부랴 햅틱폰이란 걸 내놨다.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을 본따 만든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만들었으니 나름 팔리기는 했지만 업계 뿐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도 동정을 받아야 했다. “삼성이 급하긴 급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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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애플은 오리지널 답게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스마트폰 생태계를 창조했다. 거기에는 전화기 속에 컴퓨터가 들어간다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개념이 적용됐고, 원하는 기능을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설치한다는 희한한 시장이 열렸다. 터치스크린이라는 것은 그 새로운 생태계 구석의 한 요소였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애플을 따라잡느라 여러 해 동안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야 했다. 이게 오리지널의 힘이다. 


사람의 얼굴에도 오리지널의 힘이 존재한다. 예뻐보이겠다고 포토샵으로 얼굴 사진을 보정하면 눈에 확 띌 수는 있겠지만 두번 세번 보는 동안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원래 사람의 얼굴이 가진 미묘한 터치, 즉 ‘살아있음’이 보정을 하면서 지워지기 때문이다. 예쁘긴 하지만 인형처럼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 되는 것이다. 버추얼 모델 역시 세세한 표정의 변화나 몸 관절의 작은 움직임까지 표현해 내지만 보는 이들은 1%의 어색함을 감지할 수 있다. 이 1%의 차이를 영혼의 영역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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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 Right 유섭 카쉬


모든 오리지널에는 영혼이 숨어 있다. 그걸 모르고 무조건 카피하면 오히려 내 안에 있는 영혼을 내쫓고 남의 껍질만 베끼는 격이 된다. 사진에도 영혼이 담긴다. 그래서 똑같은 인물사진이어도 유명 작가가 촬영한 사진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유섭 카쉬가 찍은 윈스턴 처칠의 포트레이트가 그렇다. 카쉬는 처칠의 인간 그대로를 드러내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다 말고 갑자기 처칠이 들고 있던 시가를 뺏았다고 한다.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처칠이 찡그린 표정을 짓는 순간 플래시가 터졌다. 그 결과 사진사에 남는 처칠의 초상 사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완고하고 다혈질인 처칠의 본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만약 카쉬가 처칠의 사진을 연예인의 광고 사진처럼 멋지게 보이게만 찍었다면 명작으로 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처칠의 오리지널을 담은 사진과 연예인을 흉내낸 처칠 사진은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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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소비자가 열광하는 크록스 신발도 마찬가지다. 구멍 숭숭 뚫린 합성수지 슬리퍼 같은 걸 팔겠다고 내놓자 다들 ‘누가 이렇게 못생긴 신발을 신나'하며 무시했다. 심지어 시사주간지 TIME은 크록스가 ‘그냥 정말 못생겼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크록스는 오늘날 세계 120여개국에서 3억 켤레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시가총액과 연 매출이 모두 1조원을 넘어서는 대기업이다. 크록스의 성공비결은 단순하다. 만들기 쉽고, 싸고, 신기 편한 신발, 빗속이나 바닷가에서 신어도 물이 술술 잘 빠지는 신발을 만들자는 본질에 충실했다. TIME지는 10년만에 “Sorry Crocs”라는 사과성 기사를 게재해야 했다. 크록스가 남들처럼 디자인이 멋진 신발을 추구했다면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창고에나 처박아 둬야 했을 것이다. 오늘날의 성공신화도 함께.


Full HD도 모자라 4K에 8K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화질이 좋아지고 있는 시절이다. 텔레비전에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드러내는 여배우들의 고심은 화질의 향상과 정비례해 깊어만 간다. 웬만한 분장으로는 땀구멍까지 세밀하게 잡아내는 화질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8K로 무장한 카메라의 해상력은 여배우들에게는 공포나 다름없다. 피부 트러블을 가리려고 짙은 분장을 하면 짙은 분장 자체가 카메라에 잡힌다. 어색하기 그지없다. 화질이 좋아질수록 분장을 옅게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러면 카메라는 분장을 뚫고 원래 피부를 화면에 담는다. 오리지널 피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밑천이 드러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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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오리지널이다. 과거 자동차 한대 만들어 보지 못했던 테슬라가 토요타, GM, 폭스바겐 현대차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큰 회사가 된 것도 전기차 오리지널을 가졌기 때문이다. 배우가 아무리 미인이어도 연기가 안되면 ‘발연기'라고 평가절하 당하는 것도 그렇다. 오리지널 까르티에가 수천만원에 팔릴 때 짝퉁 가격이 5만원에 불과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오리지널을 찾아야 한다. 대충 베껴서 비슷하게 가려고 하지 말고 아무리 어려워도 스스로 오리지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오리지널로 가는 길은 힘겹고 고통스럽겠지만 그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이 빛나는 것이다. 오리지널은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뇌리에 오래 남는다. 오리지널은 맛이 싱겁거나, 갖고 다니기 불편하거나, 친해지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자꾸 마음이 간다. 그건 오리지널이 탄생하기까지 축적된 도전과 실패의 기록들 때문이다. 


나의 오리지널은 무엇인가. 다들 입고 다니는 유행 따라 고른 옷, 피부관리는 소홀히 하면서 트러블 가리려고 짙게 한 화장, 입사시험 합격비법이라며 남들이 쓴 글에 이름과 잣구만 고쳐 써낸 자기소개서… 이런 것들 말고 나는 나만의 무엇을 갖고 있는가. 이제 그 질문의 답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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